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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nintended Consequences of Target Leverage Regulation in Korea」 논문 핵심 정리재무논문 소개 2025. 6. 16. 07:50반응형
제가 요즘 관심 갖고 연구하는 주제가 부채와 기업의 자본구조의 관계에 관한 것이라 참고로 정리해 봤습니다. IMF 직후 우리나라 경제에 관한 연구라 읽어보시면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합니다~^^
이번 편에서는 1997년 외환위기 직후 도입된 ‘부채비율 200% 이하 규제’가 기업의 자본구조와 경영전략에 어떠한 영향을 미쳤는지를 실증 분석한 논문을 바탕으로, 그 의도치 않은 결과에 대해 자세히 살펴봅니다.1. 논문 소개 및 연구 배경
본 논문은 한국 정부가 1997년 외환위기 이후 대기업(특히 재벌)에 대해 시행한 자본구조 규제 정책, 즉 ‘부채비율 200% 이하 준수 의무’가 실제로 기업의 재무 건전성과 경영 행태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를 분석한 실증 연구입니다. 기존의 자본구조 이론은 대부분 기업 내부 요인에 기반해 분석되었지만, 본 연구는 국가 차원의 외생적 충격인 정부 규제를 활용한 준자연실험(quasi-natural experiment) 방식으로 구성되어, 학술적 기여도가 매우 큽니다.
1997년 말 IMF 구제금융 사태 이후, 한국 정부는 대규모 기업 부실의 핵심 원인으로 과도한 부채 의존을 지목했습니다. 이에 따라 1998년부터 대기업집단 계열사에 대해 자산 대비 부채 비율을 200% 이하로 낮추도록 강제하는 정책을 시행하게 됩니다. 이 규제는 시장 기대를 뛰어넘는 강력한 신호였으며, 재벌 중심 경제구조의 체질 개선이라는 명분 아래 전격적으로 도입되었습니다.
하지만 본 논문은 단순한 규제 준수가 장기적으로 바람직한 결과를 낳았는지를 근본적으로 되묻습니다. 특히 부채 감축과 자본 확충이라는 두 가지 대응 방식이 사후 기업 경영성과에 얼마나 상이한 영향을 미쳤는지를 입체적으로 분석합니다.2. 제도적 배경: 재벌 중심 구조와 고레버리지 문제
한국 경제는 1960년대 이후 정부 주도의 고도성장 체제를 유지하며 재벌 중심의 산업구조를 형성했습니다. 정부는 특정 재벌에게 산업 진출을 허용하고, 국책은행을 통한 저리 대출, 외자도입 지원 등을 통해 성장 기반을 마련해주었습니다. 이로 인해 많은 재벌기업들은 자본시장에서 자율적으로 자금을 조달하기보다는 은행 중심의 차입 구조에 의존하게 되었으며, 이는 장기적으로 부채비율 상승과 도덕적 해이를 야기했습니다.
1990년대 중반에는 순환출자, 내부 보증, 과잉 다각화가 결합되어, 재벌 그룹 전체가 사내 연대 보증체계로 연결되어 있었습니다. 하나의 계열사가 부실화될 경우, 연쇄적으로 자금 경색이 발생하고 그룹 전체의 유동성 위기가 촉발되는 구조였습니다. 실제로 1997년 한 해에만 대우, 기아, 삼미 등 주요 재벌이 줄줄이 부도 처리되면서, 정부는 대기업의 구조조정을 국가 경제의 핵심 과제로 인식하게 됩니다.
이 과정에서 도입된 것이 바로 부채비율 200% 규제입니다. 이는 단순한 ‘권고’가 아니라, 실제 금융기관의 여신 심사 기준에도 반영되어 규제 미이행 시 추가 대출 제한, 이자율 인상, 회계상 부실기업 지정 등의 직접적인 불이익이 따르는 강제력이 있는 조치였습니다.
하지만 문제는 모든 기업에 동일한 수치 기준을 적용했다는 점입니다. 산업별 자산구조, 성장단계, 수출의존도 등 기업 특성이 반영되지 않았고, 이에 따라 일부 기업은 본질적 개선보다는 외형적 수치 맞추기에 집중하게 되었습니다. 본 논문은 바로 이 지점에서 규제의 실효성과 부작용을 실증적으로 파헤칩니다.3. 연구 설계 및 방법론
연구진은 한국 상장 비금융 기업을 대상으로 1994년부터 2004년까지의 재무제표 및 주식시장 데이터를 수집하여 총 3,633개 기업-연도 자료를 분석 대상으로 삼았습니다. 시기는 다음 세 시점으로 나뉩니다:
- 규제 이전기 (1994~1997년): 외환위기 전 고레버리지 상태
- 전환기 (1998~2000년): 정책 시행 및 구조조정 기간
- 규제 이후기 (2001~2004년): 정책의 효과가 실질적으로 반영된 기간
이후, 1997년 말 기준 부채비율이 200%를 초과한 기업 중 실제로 규제를 충족시킨 기업을 대상으로, 규제 이행 방식에 따라 세 그룹으로 분류합니다:
- 부채감축 기업: 1998~2000년간 부채를 자산 대비 5% 이상 줄인 기업
- 자본확충 기업: 동기간 자본을 5% 이상 확충한 기업
- 혼합형 기업: 두 방식 모두를 복합적으로 사용한 기업
이후 각 그룹에 대해 △주가 변동성(총 위험), △특이위험, △ROA 변동성(영업 안정성), △Tobin’s Q 대비 투자 민감도, △자본지출 및 R&D 반응, △ROA 및 주가수익률 등을 종합적으로 분석하였습니다.
4. 기업 위험도: 감축의 실효성과 주주 유인의 역효과
실증 결과에 따르면, 전체적으로는 규제 이행 이후 기업의 평균 위험도(주가 변동성, 특이위험)는 낮아졌습니다. 하지만 그 감소는 전적으로 부채를 줄인 기업에 집중되어 있었으며, 자본을 확충한 기업은 오히려 이익 변동성(ROA standard deviation)이 증가하는 역효과를 보였습니다.
이는 자본확충 기업의 경우, 기존 채권자 중심의 리스크 회피적 지배구조에서 주주 중심의 고위험 전략 선택으로 전환되었기 때문으로 해석됩니다. 신주 발행을 통한 지분 희석은 경영진에게 단기 실적 압박을 가하고, 이는 불확실성이 높은 고수익 프로젝트 선호로 이어졌습니다.재무지표와 기업 관계
지표 부채감축 기업 자본확충 기업 주가 변동성 하락 (유의미) 변화 없음 특이위험 하락 소폭 상승 ROA 변동성 유지 또는 하락 유의미한 증가
이러한 차이는 정부가 규제 수단으로 설정한 '200%라는 숫자'가 아니라, 그 숫자를 달성하는 방식이 기업의 향후 전략에 결정적인 영향을 준다는 점을 강하게 시사합니다.5. 투자 민감도 및 자본 배분 왜곡
자본구조 변화는 투자 의사결정에도 큰 영향을 주었습니다. 부채감축 기업은 규제 이후 Tobin’s Q와 투자 간 민감도가 뚜렷하게 상승하며, 시장 기회를 반영한 효율적 투자가 강화된 반면, 자본확충 기업은 투자 민감도가 오히려 하락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특히 R&D 항목에 있어서 자본확충 기업의 과잉 지출(overinvestment)이 두드러졌으며, 이는 높은 정보 비대칭성과 수익 불확실성을 가진 R&D 성격상 장기적으로 수익성 악화로 이어졌습니다.자본확충 기업 vs 부채감축 기업
투자유형 자본확충 기업 Q-민감도 부채감축 기업 Q-민감도 설비투자(Capex) 무반응 또는 하락 유의미한 반응성 증가 R&D 투자 하락 (−0.02) 상승 (+0.008)
자본확충이 단기 유동성은 제공했지만, 기업의 자율규율을 약화시키고 자금 배분의 왜곡을 심화시켰다는 해석을 뒷받침합니다.6. 경영성과: ROA 및 주가의 향방
규제 이행 이후의 기업 성과를 수익성(ROA)과 시장평가(주가수익률)로 나누어 살펴보면, 명확한 대조가 드러납니다.
- 부채감축 기업: ROA가 유의하게 상승하고, 주가 또한 안정 또는 소폭 상승
- 자본확충 기업: ROA는 −0.051의 유의미한 하락폭을 기록, 주가수익률은 −0.385로 강한 하락세
이러한 결과는 단순한 규제 이행 여부보다, 이행 방식과 자금조달 선택이 기업가치에 더 큰 영향을 준다는 점을 보여줍니다.
7. 결론 및 정책적 시사점
결론적으로, 본 논문은 자본구조 규제가 정책적 의도와는 달리 일부 기업에 부정적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점을 실증적으로 입증했습니다. 특히 일률적 숫자 기준이 산업·기업별 최적 레버리지 비율을 무시할 경우, 형식적 기준 충족은 실질적 왜곡을 야기하게 됩니다.
정책적 제언:- 산업 맞춤형 레버리지 기준 도입 필요 (제조업, ICT, 바이오 등 각각의 투자 리스크 고려)
- 형식적 수치보다 실질 건전성 중심의 구조조정 유도
- 사전적 비용-편익 분석 및 사후 정책 효과 검증 체계화
- 지속적 회계기준 개선과 자본시장 성숙이 병행되어야 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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